어렸을때부터 도통 책하고는 거리가 멀고, 그저 밖으로 나가 뛰어 놀기 바빴던 작은 아이.
큰아이는 책한권만 있으면 하루종일 그냥 책만 보던 조용한 아이.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두형제가 훌쩍 자라서 하나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하나는 고3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성적이 안되서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니라 실업계 고등학교를 보낼때만 해도
대학은 같은 계열쪽으로 가면 될거야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살았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수능은 볼 줄 알았습니다.
여타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지만 공부에 재능이 없어도 수능을 보고 내 점수에 빗대어
갈 수 있는 대학을 정해 원서를 넣지요.
지금 고3 학생들 얼마나 빠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이미 경험으로 압니다.
그러나, 우리집엔 고3짜리 수험생이 없습니다.
애저녁에 공부하기를 돌같이 여기던 녀석, " 그 많은 학생들이 보는 수능 보기도 싫고 공부에 관심도 없는데
그냥 취업을 하겠다" 고집을 부렸어요.
그래도 수능 날짜가 다가오면 달라지겠지 했는데, "엄마 나 취업 원서 썼어" 하고는 취업 동의서를 써달라고 해요.
" 엄만 그거 안 써줄거야! " 아빠를 조르고 졸라 취업 동의서를 받아서는 그 다음날로 집을 싸서 회사로 갔어요.
" 너 고졸자 하고 대졸자 하고 월급 차이가 얼마나 나는줄 알아? "
"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러 가? 일단 가장 안락하고 안전한 학생 신분을 버리고...
형처럼 해주는 밥먹고 엄마 아빠 있는대서 학생으로 살면 안되겠니? 왜 일찍 부터 사회인으로 살려고 하니?"
아무리 설득 하려고 해도 아이의 마음은 굳게 닫혀서 엄마의 말은 이미 절벽의 메아리인가 봅니다.
저 멀리 부산에서 대각선으로 가장 먼곳으로요....
" 형은 대학 장학생인데, 동생은 고졸. 그래 형처럼 장학생은 꿈도 안꾼다...그냥 대학생만 되어주면 안되겠니?"
이다음에" 엄마를 원망하지 마라 " " 니가 나가서 실컷 고생을 해야 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할거다 "
아무리 협박 공갈을 쳐도 작은 녀석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의 부질 없는 자존심은 이미 허공에 날았습니다.
그래요. 저도 남의 일이라면 " 그렇게 공부에 취미가 없으면 일찌감치 제 하고싶은 길로 가는것도 나쁘지 않아!"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 자식일이니까, 또 사회가 기회의 수도 고졸자에겐 줄이는 판이니까, 걱정 할 수 밖에 없지요.
애면 글면 엄마는 지걱정뿐인데, 카톡을 한방 날립니다.
" 엄마, 난 잘 살아 남을거니까, 아빠랑 싸우지 말고 잘 살고 있어! "
" 내걱정은 하지마 엄마, 잘 할거니까. 그리고 일하다가 공부하고 싶으면 대학 가도록 공부할게 약속해 "
'신이시여! 이말이 꼭 현실로 이루어 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나이다'
요즘 사회적 트랜드가 고졸자 취업생이 는다고, 예전의 학교 명칭이 촌스럽다고 바뀌었던 교명을
~~상고, ~~여상으로 복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뉴스 매체를 몇일 전 읽었습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원천적 편견이 없어지는건 아니지만,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 다치지 않게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사회가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그냥 대학좀 가라는건 엄마의 욕심일까요? 이게 올바른 선택인지 엄마의 고민은 오늘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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